제천서 공사판 전전 지옥같은 20년… TV서 보니 피 거꾸로 솟아
조회수 : 126 | 등록일 : 2018.11.21 (수)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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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해외도피 후 8년간 빚 갚았지만 '신불자' 전락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피해 2인 격정의 인터뷰 

젖소 80여 마리·농장·부동산 다잃고 하루 벌어 하루 갚는 생활 반복 

제천서 공사판 전전 지옥같은 20년… TV서 보니 피 거꾸로 솟아 

경찰, 사기혐의 관련해 재수사 착수… 신씨 귀국 여부 관심 집중 

1998년 제천의 한 마을에서 함께 뛰어놀던 아이들은 신씨의 야반도주로 미래가 바뀌었다. 부모님이 부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20년을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외에서 호위호식하며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사진은 마이크로닷의 큰형(앞줄 왼쪽)과 둘째 형 산체스(앞줄 가운데), 사기피해를 본 지인 자녀들의 어릴 적 모습. 

[중부매일 서병철·신동빈 기자] "식구 같은 친구에게 배신당해…. 이제 돌아와 돈 갚아도 아무 소용없는 일." 1998년 5월 31일 이후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A씨의 목소리가 하염없이 떨렸다. 

20여년 전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에서 젖소농가를 운영하던 A(61)씨는 유명 래퍼 마이크로닷 부친 신모(61)씨로부터 1억5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젖소 80여 마리와 농장, 부동산 등 재산 일체를 경매에 넘겨야 했다. 

죽마고우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각별했던 고교동창생 신씨에게 사기를 당한 A씨는 현재 담도암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처음 목장을 시작한 계기가 신씨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씨가 목장일이 앞으로 전망이 좋다고 해서 결혼예물, 아기 돌 반지 팔아서 시작했죠. 그때가 1986년 쯤 됐을 겁니다. 송아지 4마리에 다 쓰러져가는 임대건물 하나로 시작해서 12년 만에 농장을 일궜는데 친구 잘못만난 죄로 다 잃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농장주인에서 수억 원 채무를 진 빚쟁이로 전락한 A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씨가 도주하면서 자신이 짊어진 빚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상황 때문이다. 

"농장 규모가 워낙 커서 연대보증도 많은 사람이 엮여 있었어요. 우리농장만 바라보고 일하던 사람도 많았고, 절망적이었지만 나는 포기하면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신씨가 도망간 다음날 금융기관에서 농장 압류가 들어오자 A씨는 "젖소들 다 굶겨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호소하며 농장을 지켜냈다. "그때 당시 조합장이 딱한 사정을 알고 농장을 일정기간 잡아줬어요. 돈 갚을 숨통은 겨우 마련한 거죠." 

이날 이후 A씨는 8년 동안 자신 농장에 보증을 서준 지인들의 빚을 갚아나갔다. 

A씨는 하루 벌어 하루 갚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채무가 얼마였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갚아나가다 보니 제 빚만 남았어요. 5천만원이 원금이었는데 다른 사람 돈 다 갚고 보니 2억 5천이 돼 있더라고요. IMF 지날 때라 이자가 14% 정도 됐고 연체가 붙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한 A씨는 그날로 농장을 정리하고 공사판 등에서 일하며 가정을 지켰지만 개인 빚을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 카드 하나 없는 신용불량자 삶을 살고 있는 A씨는 과거 삶을 잊겠다며 송학면을 떠나 제천 청전동에서 새살림을 꾸렸다. 하지만 자녀들이 신씨의 아들들이 TV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 잊고 살려고 했는데 제 딸이 TV에 나온 마이크로닷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어요. 그때부터 다시 고통이 시작됐어요. 한때 친형제보다 가까웠던 사이인데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몇 달 전 신씨 부부가 TV에 나온 날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었어요." 

한 마을에서 가족처럼 지내왔던 A씨와 신씨 가족은 그 사건 이후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A씨는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낸 자식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자나요. 아들이 TV에 나오면 부모가 찾아와서 그때 일은 사죄해야 되는 게 도리 아닌가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소속사가 연락해 합의를 요구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에게 5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또 다른 고교동창생 B(61)씨도 "아픈 상처 건드려 뭐하겠나 싶어 그냥 덮어두었는데 TV 나와서 웃고 떠드니 이 지역사람들 다 피가 거꾸로 치솟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구는 애들(신씨의 자녀)이 모른다고 하는데 다 알았다, 수개월 전부터 브로커 끼고 이민 준비하면서 애들도 그 교육 똑같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 와서 다시 생활할 거면 와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면 될 것을 고소한다 고발한다 떠드니 사람들이 안 미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제천경찰서는 21일 신씨의 사기혐의와 관련 재수사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신씨의 귀국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닷 부친 사기피해 고교동창생 2인 일문일답 

마닷은 떴지만 우리 딸은 학원 한번 못가고 컸어요 

중부매일 취재진은 유명 래퍼 마이크로닷(신재호) 부친 신모씨(61)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고교 동창생 A(61)씨, B(61)씨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다. 신씨에게 피해를 당한 일부인 이들은 지난 20년간 보증 채무를 갚느라 농장일과 건설현장에서 품팔이를 했지만,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격정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해외 도피 후 연예계에 데뷔시킬 정도로 자식을 잘 키운 신씨와 달리 마이크로닷 또래 딸아이를 "학원 한번 제대로 못보냈다"며 "빚 갚느라 근본없이 살 수 밖에 없었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20여년 전 일(신씨의 해외도주)이 최근 이슈가 됐는 데,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 마이크로닷이 8년전 처음 TV에 나오자 두 딸이 글을 올리며 문제제기 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아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혼자 산다' 등 예능 나오면서 글 올리니까 '마닷'이 최초 유포자 고발한다고 하더라. 뉴질랜드에서 초반에 사기당해서 힘들게 컸다고 하니까 딸이 고생은 우리가 했는데 거짓말 하고 있다며 화가났지. 그런데 이번에 '마닷'이 유포자를 처벌한다는 기사 띄우면서 논란이 된 거지. 

▶피해액은 얼마나 되나. 

- 나는 1억5천(당시 기준)정도 돼요. 내가 그걸 갚느라 7년간 목장을 지키며 갚았어. 당시 내가 파산하면 나 보증서 준 사람들이 연쇄부도 나잖아. 그거 막으려고 8년 갚았어. 내 빚은 원금이 5천만원 이었는 데, 이자가 불어 2억5천만원까지 늘어났더라구. 당시에는 연체 걸리면 이자가 25%까지 올라갔어. 요즘처럼 1~2% 했으면 갚았겠지. 
신씨 도망간 날(98년 5월) 농협에서 유채동산을 압류했더라구. 그래서 내가 "소를 다 굶겨서 죽여버린다"고 했더니 농협 조합장이 신씨 빚(4천만원)과 내 빚(3천만원)을 일단 잡아 둔거지. 그후 8년 갚은 거지. 하루 우유(원유) 수입이 100만원씩 됐어. 젖을 짜서 팔면 하루 100만원씩 나왔어. 일주일에 700만원씩 벌었지. 그러나 역부족 이었어. 결국 2006년 파산했지. 그 당시(1998년)에는 6개월 동안 일만하고 전화 안 받고, 사람도 안 만나니 폐인됐다는 소리도 나왔어. 파란만장했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농장이었다고 들었다. 

- 개인 농장으로는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갔지. 견학도 많이 오고 국회의원 시장도 와서 격려했지. 남한테 피해준거 없고 남한테 진 빚 다 갚으려 노력 했는데,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아내랑 같이 고생하면서 살았지. 근데 작년에 '도시어부'에 '마닷'이 나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 안 볼 라다 보면 잠이 깨. 그래서 걔들 기사에 댓글 달고 그랬어. 
지난 3월에 스트레스 받아 병원 갔더니 큰 병원 가라더라구. 지난 4월초에 담도암이 발견됐어. 그래서 서울에서 5월 26일날 수술을 했지. 그래서 예전에 ○○사료 아줌마(판매업자)도 화병으로 바로 돌아가셨어. 농협조합장 형 ○○씨도 보증 피해를 갚다가 파산하면서 죽었어. 암 걸려서. 그 딸이 우리 딸 글보고 전화해서 그렇게 울었다고 하더라구. 아버지 원은 풀어준 거 같다고 … . 그래도 매스컴에서 잡아줘서 고맙지. 이××들 법적대응 한다더니 증거 대니 잘못했다고, 사과한다더라구. 난 돈도 필요없다고 했어. 20여년을 어떻게 살았는데 애들하고 친구들 만나러 동창회도 안가 사람 만나기가 싫어서. 사람을 못 믿는거야.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했던 놈인데… . 난 송아지 4마리 갖고 식구하고 결혼 패물 팔아 다쓰러가는 집 임대해서 일군 거거든. 한 번에 날린거지. 대지가 4천평은 돼 당시 농장이. 

▶신씨가 많이 원망스럽겠다 

- 둘도 없는 친구 놈이…. 그놈 때문에 목장을 시작했는데…. 누가 이래 될 줄 알았나. 인생 다 망친거지 친구 잘못만난 탓이지. 그러니 '마닷'이 TV 나오니까 울화통 터져서 못살겠더라고. 하여간 뭐 매스컴에서 힘써줘서 해결되는 거 같아. 나는 돈도 싫고 안 봤으면 좋겠어. 자식도 알았는데 먼저 사과를 했어야지, 처음부터 고소라니… . 그 ××들 들어오면 죽이고 싶다 그렇게 글도 썼어. 오죽했으면 그랬겠어. 잠이 안와. 너무 힘들어. 합의하자는 전화도 받았는 데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안 봤으면 좋겠어. 그날 도주할 때 낌새가 있어서 주의해야겠다 했는데 걔들이 빨랐던 거지. 몇 달전부터 브로커 통해 준비를 많이 했어. 밤에 도주하려고. 다른 친구들은 그놈(마닷 부친)이랑 SNS도 하고 연락도 주고 받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 친구랑도 각별했는데 인연을 끊었어. 애들한테 미안하지만 "난 나 때문에 잘못된 사람들 돈 갚고 갚고 갚다가 못 갚아서 신용불량자 되고 그게 왜 창피하냐"고 했지. 난 당당해. 비록 내 명의 통장도 없고 카드도 없지만. 남한테는 피해 안주고 열심히 살았어. 그래도 제천 사람들이 많이 보듬어주고 좋게 말해줘 여태 살았지. 

▶신씨가 조만간 들어온다고 하는데 

- 뉴스 보니까 조만간 들어온다니 더 화가나. 식구하고도 애기했는데, 시간벌기 아닌지 모르겠어. 



또 다른 피해자의 1문 1답 



▶피해액 얼마나 되나 

- 당시 기준으로 4천만원 안팎이다. 보증을 선 것이다. 

▶책임을 물을 생각인가 

- 돈 보다도 10년, 20년 빚 갚으면서 다들 인생이 꼬였다. 그러면서 자식교육 제대로 못시키고 한이 맺힌다. 그런데 신씨 자식은 잘 되서 TV에 나오니, 생병이 나는 거지. 안 봤으면 좋겠어. 피해자 다들 똑같은 마음이야. 우리 자식은 기회를 박탈당한 거잖아. 빚 갚으면서 근본도 없이 살았으니까. 그러고도 복구도 못한 사람이 많으니까 친구(A씨)처럼. 아픔이 계속 되는 거니까. 옛날에 경찰에서 혐의는 충분히 입증이 됐으나, 당사자가 없어 기소중지 된거지. 통지가 집집마다 다 왔었어. 

▶채무 어떻게 갚았나 

- 생각하기도 싫다. 10년 동안 나눠서 겨우 갚은 것 같다. 그땐 낙농가들이 어려워서 휘청했을 때라 더 힘들었지. 그래서 딸한테 지금도 욕먹어. 나는 학원도 못가보고, 과외도 못 받았다고 말이지. 그래도 이제 뭐 다 해결되가는 거 같으니 잊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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