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병역거부 ‘무죄’ 대법원 판결 이후
온라인 공간서 ‘여호와의 증인’ 문의 급증
"합법적 병역면제…이젠 군대 가는 놈이 바보"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처벌 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합법적’으로 국방의무를 면하는 방법을 묻는 것이다.
3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따르면 대법원 판단 이후 이틀 만에 ‘여호와의 증인’ 가입을 묻는 글이 30여개 게재됐다. 글쓴이 대부분은 군입대를 앞둔 청년으로 추정된다. 지식인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지식검색 서비스로, 이용자가 질의하면 불특정 다수가 답변하는 방식이다.
한 남성은 "여호와의 증인에 가입하면 군면제 혜택을 준다고 해서 급히 묻는다"며 "병무청에 신체검사 받을 때 신자(神者)라는 증명서만 주면 면제가 되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글쓴이도 "대법원 결정을 매우 환영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가입하고 정당하게 병역 면제를 받고 싶다"고 썼다. 이 게시물에는 "지하철 부근에 여호와의 증인을 자주 모집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여호와의 증인 회원이 많이 늘어나겠다"는 댓글이 붙었다.
이 밖에 "아들 낳으면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키우고 싶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되어서 군대 안가고 돈 벌고 싶다"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증 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여호와의 증인’과 ‘비트코인’을 합한 말로, 여호와의 증인을 믿으면 (합법적 군 면제로)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증 코인 가즈아(‘가자’를 강조한 유행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앞선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34)씨에 대해 "병역의무 강제는 양심의 자유 본질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그간 남성들 사이에서는 ‘병역거부자’는 이탈자로 간주돼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이 같은 흐름이 뒤집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김지훈(21)씨는 "어쨌든 ‘양심적’으로 군대를 안 갈 수 있는 방법이니 ‘잠깐 신도가 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실제 주변에서 ‘여호와의 증인’ 가입을 이야기 하는 (군미필)친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22) 씨도 "어차피 입대해서도 주말마다 ‘초코파이’ 받으려고 기독교, 불교, 천주교 행사를 전전한다는데,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특별히 ‘면제’ 혜택을 주니까 개종하는 사람들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애초에 남성만 군복무 시키는 것 자체가 위헌" "모든 국민은 평등한데 그 의무를 남자만 지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제는 군대에 가는 놈이 바보"라는 의견이 나왔다.
여호와의 증인 소속의 교회인‘ 왕국회관’
국내 개신교와 정교회는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직 목사 A씨는 "군대 안 가고 싶어서 사이비종교인 여호와의 증인을 선택하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며 "살인하지 말자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어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 신념인데, 여호와의 증인 신도만 특혜를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연세대 신학과 정재현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썩 적절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병역을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면서 "‘양심’이라는 표현 자체도 잘못됐다. 누구는 양심이 없어서 군대를 갔느냐, 이런 조소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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