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6살 이제 27살을 달려가고 있는 개집러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같은 교회다니는 오래 알고지낸 스무살 여자애한테 완전 빠져서 못 헤어나오고 있어.
얘기가 길게 느껴진다면 밑에에 3줄 띄어진 부분부터 읽도록해.
처음 만난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교회가 아직은 작았을 때 내가 12~13살이고 걔가 7살이거나 8살이었을 때야.
나는 스무살 될 때까지 착실하게 교회를 다녔고 그 애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
그러다가 난 지방대학에 갔는데 교회를 멀리하게 되면서 세상 물에 완전히 물 들고, 교회를 등한시 다니게 되었지.
그 뒤로 약간 늦은 나이인 23살에 군대를 가게 되고 25살에 전역 까지했어.
그리고 오랜만에 교회를 나갔지. 그래, 이 때까지는 별 감정이 없었어.
근데 이 때도 보안업계로 취직을 해서 두달에 한번 나가거나 그래서 잘지낸다고 알고 지내만 사이었지.
본격적으로 관심이 갔던 것은 내가 보안업계에서 퇴사한 올해 3월 이후부터야.
3월 부터는 매주 그 애랑 마주치게 되었어. 20년 가까이 지내던 동생들도 있고 뭔가 사람들도 만나러 가는게 좋았어.
재밌는 건, 나는 그 애가 그 옛날 초등학생 꼬마였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됬어. 너무 달라졌더라고.
키도 커졌고, 스무살 같지 않은 꾸밈에, 외모도 정말 예뻤어. 너무 달라져서 그래선지 뭔가 낯설어서 걔 눈을 못 쳐다보겠더라.
그렇게 4월 쯤에 걔에 대한 내 마음이 어떤지 알게 되었고, 그 애랑 조금씩 가까워지기로 마음 먹었어.
처음엔 설빙을 갔어. 그 여자애, 여자애의 단짝친구랑 셋이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4년 가까이 못봐서 어색했던게 조금 허물어 진듯 했지.
그리고 나서 카톡으로 일주일 뒤에 그 여자애가 사는 집앞에 우연히 지나가게 됬다고 말을 하면서 점심 약속을 잡았어.
그 애도 좀 당황한 것 같았지만 같이 먹자고 했고. 그 여자애 집 앞에있는 돈까스 맛집에 들렀다가 후식으로 설빙까지 걸어갔지. (얘가 설빙을 좋아함)
설빙까지 거리가 있어서 얘기를 하면서 20분 거리를 걸어가는데 봄 햇살 때문인지 조금씩 기온이 올라가던 날씨 때문인지
내가 보았던 생명체 중에서 제일 사랑스러워 보이더라. 그냥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다 신경쓰이고, 내가 어떤 눈으로 그애를 보는건지,
너무 지루한 얘기만 하는건 아닌지, 내 오늘 옷이 너무 갑갑한 스타일인지. 어느 하나 밉보일까봐 식은 땀이 나고 걸어가는데도 체할것 같더라.
그리고 설빙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실수의 연속이었어. 그 애 이야기에 웃어주다가 사례걸려서 기침을 했는데 빙수에다가 해버리고.
툭하면 군대 얘기로 빠지고, 농담식으로 그 애한테 짖궃은 얘기하다가 갑분싸 되고. 근데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지나고 나서 보니까 깨달은거야.
왜냐면 그 애는 시종일관 웃는 모습으로 계속 나랑 눈을 마주쳤거든. 그러니까 마치 최면이라도 빠진듯이 하지말아야 할 얘기도 하게되고 그러더라.
그리고 설빙에서 나올 때, 그 애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영화라도 보러가는게 어떠냐고 물었는데..
저녁에 약속이 있다면서 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에 그렇게 헤어졌어.
그 날부터 내 어설픈 구애가 시작 돼.
매일 아침마다 그 애한테 선톡을 보내고, 그 애는 애매한 반응으로 대꾸했어. 자기는 잠버릇이 안좋아서 거의 매일 같이 잔다면서.
카톡을 날리거나, 전화를 하면 항상 자고 있더라. 근데 나는 그 마저도 좋아서 2주 넘게 계속하다가.
주변인들의 조언을 듣고 당황하기 시작해. "네가 너무 좋다고 하면 안된다." "그렇게 티내면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싫어진다."
"사람은 흥미가 가던 것도 쉽게 가지면 흥미를 잃는다."
매일 선톡에 답장도 뜸해지던 때 쯤, 나는 위기심에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내가 아는 맛집있는데 같이 가냐고 물었는데.
"오빠 미안해. 나중에 얘기하면 안될까. 졸린데."
"아, 자고 있었어? 아직 저녁 7시인데."
"나중에 얘기하자."
그리고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야. 아, 이게 아닌데 확실하게 얘기하려고 전화 했던건데. 다시 전화를 걸어야겠다 싶어서 전화를 하는데
8번을 전화를 걸어도 그애는 받지를 않더라고. 그 때부터 주변인들이 해주던 조언이 확 와닿더라.
그래서 카톡으로 '미안해 다시는 카톡 안할게.' 라고 보냈는데, 그건 5분도 안되서 답장이 오더라고.
8번 전화를 걸어도 안받더니, 다시는 카톡 안한다고 보내니까 칼답이 오니. 순간 내 감정이 고정이 안되서.
2시간 동안 어떻게든 참아볼려다가 카톡으로 장문을 날렸어.
너무 길어서 요약하자면 "나는 너에게 진심을 보였는데 너무 섭섭하다." 인데 서운함 보다는 분노가 많이 보이는 글로 장문을 썼지.
그리고 그애는 "오빠가 나를 그렇게 여길줄은 상상도 못했다. 교회오빠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라서 많이 당황스럽다 미안하다."
라고 답해서 그렇게 끝이 났어. 하아. 지금 쓰는데도 그 느낌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
어쨋든, 그 뒤로 매주 교회 나가서 인사만 나누는 사이가 되다가. 차츰 가벼운 말 정도는 섞을 수 있게 되고.
늦여름 쯤에는 같이 교회 수련회도 가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어.
근데 관계는 점점 회복되는 것 같은데, 내 속은 점점 뒤집혀 지더라.
주변인들은 "니가 덜꾸미고 살이쪄서 그렇다 조금씩 바꾸면 걔도 맘이 바뀔 수 있을 거다." 라고 해서 바꾸기 시작했어.
그래서인지 그 애가 나를 바라보는게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고, 예전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었던 것도 맞는 것 같았어.
하지만 그럴수록 내 욕심이 커지더라고. 그저 옆에만 있었으면 좋겠다.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다. 끌어안고 싶다. 같이 밥먹고, 산책이라도,
도서관에 가서 같이 공부하다가 간식거리도 나눠먹고, 서로 뭐가 잘어울린다, 눈을 마주치고 진지한 대화를 하고싶다.
진짜 너의 남자가 되고 싶다. 항상 네 옆자리가 나였으면 좋겠다. 예배시간이든 일상이든, 걸어갈 때든.
그리고 마음속에서 소망이 점점 망상이 되어갈 때 쯤에, 그 애의 단짝친구가 가족사정 때문에 교회에 못나오게 되었어.
이게 왜 중요하냐면 그 애는 교회에서 거의 단짝친구랑만 다녀서 매주 얼굴을 보더라도 같이 얘기할 일은 적었거든.
그런데 단짝이 사라져서 여자애가 적적했는지 점점 나랑 대화가 잦아졌어. 그리고 한달 전부터는 예배가 끝나면 단둘이 20분 가까이 나란히 걸어 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 망상이 점점 소망으로 되살아나고 있는거야.
그게 너무 좋아서 그 애랑 걸어가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내가 여태껏 태어나서 느끼지 못한 감정과 희열이 태어나는 것 같더라.
근데 나는 여기서 다시 한번 스스로 제동을 걸게 돼. 아직도 카톡에는 4월에 나눈 카톡이 남아있거든.
"교회오빠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라서 당황스럽다. 미안하다." 라는 그 말이. 그 애 카톡사진을 볼때마다 대화내용을 보게 돼.
그럼 정말 갈구하고 싶어도 스스로 못가게 막아버리게 되는거야. "또 나혼자만의 오해나 착각일수도 있다."
"그 애가 한번은 넘어 갈 수 있어도, 두번을 넘어 가줄까." "지금으로 만족하지도 못하지만, 결과에도 만족할수 있을까."
이게 7일전 까지의 그 애에 대한 내 감정과 느낌이야. 영원한 딜레마에 갖혀서 누가 조언을 해줘도. 완전한 해결책으로 느껴지지도 않더라고.
오늘도 일요일이어서 그애를 봤는데, 오늘은 약속때문에 일찍가야된다고 해서 걸어가며 대화는 하지 못하고 바로 헤어졌어.
근데 그것도 나에겐 너무 큰 쓰나미더라. 한달 전부터 매주 있던 내 삶의 20분의 낙인데. 그게 갑자기 사라져버리니.
지금 미칠지경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롤을 해도, 코인노래방 가서 그 애를 그리며 부르던 노래를 불러도 이 마음이 위로가 되질 않아.
지금은 피시방 야간 알바중이고, 너무 답답해서 맥주라도 마실까 했는데 그것도 못할 짓 같아. 제어가 안될 것 같아서.
그 애하고 헤어진게 일요일 1시쯤이었으니. 13시간째 이 상태야. 마약 금단현상 중에 무기력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싶어.
개집러 형들아 나 대체 어떡해야 할까.
어설픈 필력때문에 내가 못다한 얘기들도 많지만..
정말 조언좀 해주지 않을래? 나 정말 힘들거든....
그리고 개집왕님. 저 진짜 최대한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내일 오후쯤 되면 취미게시판이든 유머게시판이든 중복해서 올릴게요.
개집러 형들. 장문 읽어줘서 고맙고. 그래, 고마워.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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