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동북아 전력망 연결' 사업 "8조 들여 한·중·일·러 이을 것"
한국전력이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기는 100% 국산이다. 한전이 10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동북아 계통연계(전력망 연결) 추진을 위한 최적 방안 도출 및 전략 수립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탈석탄·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 확보 등을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동북아 전력망 연결 사업은 남북한·중국·러시아·일본이 전력망을 연결해 한국은 중국·러시아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일본에 수출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처음 주장한 이후, '동북아 수퍼 그리드'로 불리고 있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북한을 거쳐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작년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력 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경제 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 이후 전력 당국과 여당 등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전은 지난 8월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16억원을 주고 경제성 등을 분석 의뢰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전은 사업에 7조2000억~8조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며 "중국·러시아·북한 등이 전기를 끊거나 망이 붕괴되면 안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전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웨이하이와 인천 간 370㎞ 구간에는 해저 케이블을 연결해 2.4GW(기가와트·원전 2기 설비용량) 규모의 전력망이 설치된다. 총투자비는 2조9000억원이다. 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경기 북부 간 1000㎞ 구간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해 3GW 규모의 전력망을 연결한다. 일본과는 경남 고성~일본 기타큐슈 구간(220㎞·총투자비 1조9000억원)과 고성~마쓰에 구간(460㎞·총투자비 3조3000억원)을 연결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한전은 중국 산둥지역의 발전 단가가 2025~2054년 1kWh당 평균 약 60원으로 이 기간 한국(102원)보다 42원 싸다고 했다. 러시아와는 2027~2056년 평균 가격 차이가 47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또 전기를 수입하면 국내 화력발전소 가동이 줄어, 온실가스와 미세 먼지 배출 감소 등으로 발생하는 효과가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우선 정치·외교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통·자동차·관광 산업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같은 일이 전력 분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유럽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가스를 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한전도 보고서에서 "정치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 영토에 설치된 송전망 운영권 확보가 가능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도 문제가 있다. 중국은 주로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고 있고, 산둥과 푸젠 등 동해안 지역엔 원전을 집중적으로 짓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중국 석탄 발전량이 늘면, 국내에서 석탄 발전을 줄여도 미세 먼지 저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중국·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한다는 것은 곧 에너지 속국이 된다는 의미"라며 "수십 년 동안 원전을 통해 이룩해온 에너지 자립이 정부의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정유섭 의원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폐해가 결국 전기 수입 추진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한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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