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의안정보시스템'에 지난 10일 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130여개가 한꺼번에 등록됐다. 대표발의자는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다.
법안 종류는 다양했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다운 '해양환경관리법 개정안'부터 의외였던 '한국고전번역원법 개정안'까지 정해진 범주는 없었다. 지난 5일부터 발의된 법안을 고려하면 총 220여건에 달했다.
법안 내용을 들여다봤다. 이름은 제각각이었지만 내용은 거의 같았다. 법으로 세워진 각 공공기관마다 여성이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자질과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농업협동중앙회(농협)에, 한국고전번역원에, 한국방송공사에 유리천장위원회를 각각 설치하자는 개별법들이었다.
황 의원은 법안설명에서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증가하고, 여성의 능력이 충분함에도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로 여성이 채용, 승진 등 인사상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며 "공공기관의 경우 현재 여성 인력 비중이 약 34.4%를 차지하는 반면, 여성의 임원 비율은 14.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리천장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 내 여성에 대한 인사 공정성 등을 심의하고 지속 관리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황 의원은 제안했다.
일각에선 법 제안 취지는 이해해도 한꺼번에 비슷한 내용이 담긴 220여개 법을 내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실에 많은 법안을 한 번에 쏟아낸 이유를 물었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농협 국정감사를 하면서 농협 내 여성 임·직원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문제 인식을 했다"며 "농협을 넘어 공공기관에 아직도 만연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입법을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법안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개별법이 많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처음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하나로 묶어서 발의하는 방안을 고려했었다"며 "하지만 하나의 법률로 준비하다보니 농협부터 수십명만 재직하는 공공기관까지 각 기관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법을 내서 각 기관 상황에 맞게 (법안심사 때) 판단하면 되겠다고 협의했다"며 "정확히 227개 법을 준비해 대부분 저희가 의원실마다 취지를 설명해 서명을 받아냈고, 일부는 다른 의원실에서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별법으로 다룰 수 없는 남은 90여곳의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유리천장을 해결할 방안을 고민중"이라며 "의원실은 장애인,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다른 분들도 좋은 규제·제도 개선으로 보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입법기술 차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 사정이 다르더라도 한 법안에 조건부 조항을 달아서 발의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많다는) 비판은 달게 받을 부분"이라며 "그래도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법안 발의 또는 예산 확보인데 그 일을 충실히 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허이고 시발 많이도 준비하셨네 ㅋ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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