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의회가 2019년도 예산안에 들어있던 노동자들의 축제와 교육 예산을 삭감해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시의회는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와 추도식 행사 예산은 한 푼도 깎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12일 구미시와 시의회 설명을 종합하면, 시는 구미국가산업공단 조성 50주년이 되는 내년 예산안에 ‘노동문화축제’(9000만원)와 ‘노동단체 대표자 노동문화 교육’(2000만원) 예산을 편성해 지난달 21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는 제227회 제2차 정례회 기간인 지난달 29일부터 구미시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계수조정을 하며 노동문화축제와 노동문화 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안은 지난 11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예산 삭감으로 구미시가 내년 노동절(5월1일)에 열려고 했던 노동문화축제는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노동문화축제 예산 등의 삭감은 자유한국당 소속 장미경 의원(비례대표) 등이 주도했다. 시의원들은 시가 제출한 내년도 박 전 대통령 탄신제(5000만원)와 추도식(1350만원) 예산은 삭감 없이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한국당 12명, 더불어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1명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의회 예결특위에는 한국당 소속 의원 8명에 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을 더해 모두 13명이 참여했다. 예산 삭감 당시 민주당 의원 일부가 반발했지만, 수적 열세를 넘어서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대한민국이 성취한 산업화는 박 전 대통령의 지도력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어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 탄신제와 추도식 등에는 매년 꾸준히 돈을 쓰면서, 얼마 되지도 않은 노동자 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공업도시인 구미 인구는 42만명인데 이 가운데 10만명이 구미국가산단 등에서 일하는 제조업 노동자다. 노동자 중에선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3만명으로 가장 많다. 구미시을이 지역구인 한국당 장석춘 국회의원도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예산 삭감을 주도한 장미경 의원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삭감) 이유를 일일이 다 말하기는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장 시장은 “구미국가산단 조성 50주년을 맞아 노동자들과 뜻깊은 행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서 유감스럽다. 시의회를 설득해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노동문화축제 예산 등을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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