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후배 조교한 썰.txt
조회수 : 40 | 등록일 : 2020.03.26 (목)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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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에 학교 기숙사 같이 쓰던 경제 전공하던 형 하나가 있어음.

2018년에 11학번이었으니까 당시 기준 고인물이지.

 

그 형이 계속 수강신청이 꼬이고 꼬여서 심화 경제 과목은 다 수강했는데

기초과목인 거시경제 수업을 못들었더라.

마침 나도 그 때 거시경제 수업을 듣는데 같이 듣게 됐음.

 

우리 학교는 대학원생이 없어. 그래서 교수님 조교를 학부생들이 해.

보통 그 수업에서 A이상은 받은 학생들이 하게 됨.

그 조교들은 TA세션이라고 해서 학생들한테 일주일에 한번 (수업마다 다름)

강의 비슷하게 질의응답을 해줌. 개념 강의도 해주고.

암튼 우리 수업 조교는 15학번 여자애였음. (본인이 14학번)

 

우리 수업 조교님께서는 겉으론 티 안내려고 하는데

조교가 됐다는 자부심이 도저히 숨겨지지 않았음.

수업 단톡방에서 질문에 답변해주는거나 이메일 문의나

아무리봐도 '그것도 모르냐'는 투가 너무 묻어나오더라고.

암튼 이 조교하고 우리 형님이 트러블이터짐.

 

형님이 이메일로 조교한테 물어봤다가 뭐 언짢게하는 답변을 받았나봄. 내용은 잘 모르고.

그리고 단톡방에서 자꾸 우리 형님 이름 부를 때 다른 학생들한텐 안그러면서

11학번 누구누구 학우님 이러면서 꼭 학번을 붙이더라고.

형이 나중에 오프라인에서 과제 파일 형식 제출에 대해서 물 물어봤더니

11학번이 그것도 모르시면 어떡하냐고 쿠사리를 줬대.

고학번이 자기 보기에 별 이상한걸로 질문하니까 만만해보였나?

 

형이 그것때문에 그 조교한테 개빡쳤음. 그런데 조교는 상대 잘못고른거야.

 

그 형 괴물이거든. 군대가기전에 계량경제학 조교가 이 형이었어.

이미 2학년 때 4학년 상대로 계량경제학 질의응답해주고 있던 규격이 다른 괴물임.

지금은 미국에서 계량경제 석박사 통합하고 있고.

인턴한다 뭐한다 학사과정이 개꼬여서 거시경제를 이제 듣는거지 사실상 수업 놀러오는 사람이었음.

그런데 그런 사람을 상대로 그렇게 말을 박아버렸으니 ㅋㅋ

형이 개빡쳐서 안나가던 조교 질의응답 세션을 나가기 시작하더라

설명 조까치 하면 바로 박살낸다고.

 

그렇게 한 한 달동안은 형이 계속 갔는데 꼬투리를 못잡았어.

학생들 질문이 워낙 그 형 입장에선 쉬운 내용이기도 했고 그 조교도 어쨌든 교수님이 뽑은 사람인만큼

실력은 나름대로 괜찮았던 모양이야.

형도 '씁..왜 안잡히지..시발..'이러면서 갈수록 초조해지는게 눈에 보였거든.

 

그런데 시험 직전 질의응답에 교수님도 보러오셨어.

그리고 시험 직전이다보니까 학생들도 평소보다 많이 왔고.

나도 평소엔 안가다가 (형이 설명을 존나 잘하는데 왜감ㅋㅋ) 혹시 시험 관련한 뭐 나오려나 하고 갔음.

조교도 긴장한게 눈에 보였어.

조교가 모델에 대해서 뭔가를 줄줄 설명하는데, 어디서 삑사리가 났나봐.

근데 나는 캐치 못했어. 난 경제 빡대가리라서.

 

형이 손을 번쩍 드는거야.

조교님 여기서 식이 잘못된거 같습니다! 하면서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칠판 앞으로 걸어감.

나는 봤지 그 신난 표정을.

하나하나 표시하면서 이게 왜 잘못됐고 이 식을 쓰면 왜 안되고 설명하는데

옆에서 조교 얼굴이 썩어들어가는게 보이더라. 교수님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시고.

조교가 몰랐던게 아니라 아마 실수한거같은데 형은 그냥 가차없이 조져놨어.

교과서 답지보다 더 세세하고 완벽한 풀이를 해놨더라.

 

교수님이 올라오셔서 이건 조교가 실수한게 맞고 이게 맞으니 이거대로 풀어라 라고 하시면서

형한테 핀잔을 주셨음.

"야 내가 해주면 되는데 니가 여기와서 이러면 어떡하냐?"

교수님이랑 형이랑 형 1학년 때부터 알고있는 사이였더라. 자꾸 이상한 경제 문제 가져와서 질문하던 놈이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형은 싱글벙글하면서 헤헤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러니까 이 조교는 1학년 때부터 이미 교수님하고 대학원 수준의 문제를 풀던 사람을 잘 모르고 건드린거지.

 

암튼 중간고사 이후로 그 조교는 존나 겸손해졌고 뭐 할 때마다 이 형 눈치를 존나게 봤음.

 

 

 

 

내가 왜 2년 다되어가는 이 썰을 갑자기 푸느냐.

이 형 결혼한대. 그 조교랑. 오늘 청첩장왔다.

사람 인생이란게 존나 모르는건가보다 그렇게 싫어하던 조교랑 결혼이나 하게 되고 ㅋㅋㅋㅋ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기서 급커브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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