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18년 2월에 끝났다고 주장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19대 대통령 선거는) 보궐선거"라며 "대통령 보궐선거에 대한 이야기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타법을 준용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궐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남은 임기만 이어가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된 2018년 2월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는 '보궐선거'가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법에 준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국회의원들 처럼 잔여 임기만 채워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에는 이틀만에 약 2천 명(6일 오전 기준)이 동의를 했다.
굳이 팩트체크할 필요 조차 없는 글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팩트체크를 해 본다.
우선 청원인의 말과 달리 헌법과 공직선거법에는 모두 대통령 궐위(직위가 비는 것)에 대한 규정이 있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 시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되어 있으며, 공직선거법 제35조 제1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궐위가 확정된 후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대통령직 수행이 중단되면 우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면서 두 달 안으로 다시 대선을 치러야 한다.
궐위로 인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에 관련한 명확한 조항은 없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라는 헌법 조항(70조)과, '궐위로 인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 때 시작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14조 제1항)이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공직선거법 제14조는 대통령,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지자체 단체장의 임기는 물론 '보궐선거'로 당선된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를 명시하고 있다.
우선 보궐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은 '전임자의 잔임기간'을 임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라고만 적혀 있다.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 처럼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가 이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라는 언급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 또한 헌법 제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라는 조항의 적용을 받아야 맞다.
결국 문 대통령의 임기가 2월까지라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전무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2월까지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궐위에 의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는 국회의원 등과 달리 (전임자의) 잔임기간이라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헌법 제70조의 적용을 받아 5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임기는 법적으로 2022년 5월까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궐위로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임기를 완전히 보장받을까.
보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잔여기간만 재임하게 되면 여러 문제점이 생긴다. 대선을 짧은 주기로 실시해 비용소모가 클 뿐 아니라, 국정이 불안정해질 위험도 높다. 특히 지난 탄핵 정국처럼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말 궐위되는 경우,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1년여밖에 재임하지 못한다면 정책을 수립하고 펼치기 어렵다. 지금의 헌법상으로 대통령은 중임도 불가능하다. 통상 대통령 임기 후반에 '레임덕(lame-duck, 대통령의 권위와 영향력이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의 재임 중 국정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현행 제도에 대한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바꾸고자 개헌시안을 제출한 적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궐위 시 선출되는 후임 대통령이 전임의 잔여 임기만 채우는 내용이 골자였다. 시안에 따르면, 궐위된 대통령의 잔여기간이 1년 이상이면 후임자를 선출하고, 1년 미만이면 후임자 선출 없이 국무총리가 국정운영을 대신한다. 이 시안은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춰 선거과정의 정치·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안대로라면 민주적 정당성에 결함이 생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익대 법학과 음선필 교수는 2008년 '개헌대상으로서의 대통령 임기와 선거주' 논문에서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 대행을 맡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결정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선출직이 아닌 국무총리가 최대 11개월이나 '대통령'을 대신할 만한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완전한 임기를 보장하거나,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부통령'을 두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이 1순위로 대통령직을 승계해 잔여 임기를 마친다. 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선출되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데 민주적 정당성이 존재한다.
반면 부통령제가 없는 프랑스는 한국처럼 대통령의 임기를 온전히 보장한다. 프랑스헌법 제7조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 시 상원의장이 임시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20~35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원래대로 5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다른 국가들도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 둔 셈이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올 2월에 끝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궐위로 선출된 대통령이라 해도 임기에 관한 예외조항은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5년이다. 이는 국가의 수장이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설계한 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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