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여유가 있는 부모들은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모들에게 일부 변호사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는 이른바 '맞 폭' '쌍 폭'을 만들라고 조언하는데요.
그러니까 가해자가 "나도 폭력을 당했다"고 역으로 신고를 하는 수법입니다.
김상훈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021년 한 중학생의 SNS 계정에 악성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만 나대라", "여우짓 좀 그만 해라", "추하다"는 인신공격과 욕설들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댓글 작성자는 같은 반 친구였고, 학교폭력위원회는 가해학생에게 반을 옮기고 서면 사과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이 가해 학생은 오히려 피해 학생이 자신을 때린 적이 있고, 학폭위 결과를 소문내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학교측에 신고했습니다.
'나도 당한 적 있다'고 신고하기.
이른바 '맞폭' 또는 '쌍폭 만들기'로 불리는데, 일부 변호사들의 수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은선/변호사(교사 출신)]
"학폭위에서 굉장히 사건이 복잡하게 보이고, '결국 양쪽이 다 잘못했네' 이렇게 보면 둘 다 처분을 낮추거나 아예 처분 안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시 열린 학폭위는 악성댓글 피해 학생도, 반을 옮기고 서면 사과하라고 결정했습니다.
1년 넘게 법정다툼까지 벌인 끝에야, 법원은 이 '맞폭' 신고 내용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피해 진술이 계속 바뀌는데다, 학폭위 처분을 받게 된 학생이, 갑자기 문제를 제기한 점도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허술해 보이는 '맞폭 만들기'로, 피해 학생만 1년 넘게 더 고통을 받은 셈입니다.
'맞폭 만들기'는 법률 비전문가들인 교사나 학폭위가 짧은 시간 사건을 파악해야 하는 헛점을 노립니다.
[정복연/변호사 (교사 출신)]
"변호사가 '왜 우리 학생을 억울하게 매도하느냐' 이야기해서, 겁먹고 교사가 제대로 조사도 안 해서, 피해자였는데 이제 도리어 합의서를 쓴 사건이 있었어요."
'맞폭 만들기' 이후에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대응처럼 '시간끌기'가 다음 수순입니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부터 행정소송까지 하나의 '묶음 상품'처럼 만들어졌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얘기입니다.
[박상수/변호사]
"성범죄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 대리인 국선제도가 있단 말이죠. 이제 학교폭력 사건에서도 좀 들어올 필요가 있어요."
국민권익위원회가 무료 공익신고대리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폭력을 은폐한 학교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할 떄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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