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문한 서울의 A 마스크 제조업체 창고에 출고되지 못한 마스크들이 담긴 상자가 줄지어 놓여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이런 반가운 소식에도 유모씨는 근심이 가득했다. 마스크 공장의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모처에 위치한 마스크 공장에서 만난 유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걱정이라고 했다. 유씨는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점점 사라지면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마스크 제조업에 종사하는 입장으로서는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창고 가득 채운 '마스크'
이날 유씨는 66㎡(20평) 남짓한 마스크 공장 내 창고를 보여줬다. 창고 안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쌓여 있는 상자 더미가 쌓여 있었다. 이내 유씨는 상자 하나를 꺼내더니 속을 보여줬다. 상자 속에는 KF94 마스크 500여개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유씨는 "지난해 여름,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창고에 마스크 재고가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다"며 "재고가 쌓이다 보니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어 순차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 공장에는 총 2대의 마스크 생산 기계가 있다. 이를 모두 가동하면 하루에 마스크 2만5000개를 생산할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이를 모두 가동했지만 현재는 1대의 기계만 가동해 마스크 1만2000장을 만들고 있다. 나머지 한대는 공장 한쪽 구석에 놓여 먼지만 쌓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재고를 쌓아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 반년 전까지는 '그래도 언젠가는 다 출고가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했지만,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조차 해제된 지금에서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마스크 공급 과잉'에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품귀현상이 일어나자 너도나도 마스크 업체를 차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식약처에 등록된 마스크 생산업체는 총 1512곳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2020년 1월(137곳)과 견주어 약 11배 늘어난 셈이다.
생산이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초기에 발생한 마스크 품귀현상은 없어졌지만 이제는 출혈경쟁만 남았다고 유씨는 토로했다. 더구나 유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마스크를 생산했던 입장에서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는 "제품을 만들어도 원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납품해야 한다. 마스크 팔아도 전기료와 인건비를 내기도 빠듯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A업체는 지난 2020년 마스크 369만여개의 마스크를 생산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83만여개의 마스크를 생산해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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