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 맞는데 주변 사람들 휴대전화 촬영만
화가 나서 달려와 그만두라고 소리질러
이민자 많은 영국, 이득 없으면 안돕는 경향
인종차별주의자들 상당수는 정말 무지"
영국 런던 쇼핑 거리에서 한국인 여성 유학생 A씨가 흑인과 백인 10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동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도로 건너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남성이 달려와 가해자들에게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그는 경찰에 신고해줬고 1시간 이상 머물며 A씨를 위로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영국에 정착한 알렉스는 1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가게에서 나왔는데 건너편에서 한 여성이 청소년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 주변에 사람이 많았는데,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모두 휴대전화로 촬영만 하는 걸 보고 화가 치밀어 나라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브라이턴에서도 한국 유학생이 현지인에게 병으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영상은 인근 주점에 있던 한 남성이 "한번 붙어보라"며 찍은 것이었다고 피해 유학생이 전했다. 싸움을 권장하듯 촬영했다가 정도가 워낙 과격하니 피해 유학생에게 전해줬다는 것이다.
집단 폭행 현장을 보고도 돕지 않는 경향에 대해 알렉스는 “런던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출퇴근하듯 살던 대로 살 뿐”이라고 씁쓸해했다.
알렉스는 영국으로 건너와 영어를 잘하지 못하던 시절 자신도 인종차별이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종차별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대부분 무지하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며 “결국 우리가 그들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니 상처받지 말고 잘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A 씨 소셜미디어
A 씨는 이후 경찰에 몇 차례 더 연락을 취했지만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답변만 들었으며, 경찰에게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남겼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사건을 설명하고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대사관에서는 민사 사건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고, 스스로 영국 경찰에 신고를 하고 답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으며, CCTV 확인을 통해 그들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후 턱이 부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쇼크 증상 등이 나타나 앰뷸런스를 부르기도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A 씨는 “명백한 인종차별 집단구타가 번화가에서 일어났음에도 출동하지 않는 영국 경찰과 자국민이 영국에서 인종차별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도 나 몰라라하는 한국 대사관, 하지마라 소리쳐도 아랑곳 않고 저를 구타하던 사람들, 그걸 찍고만 있던 많은 사람들”이라며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영국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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