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만 합숙’ 정부 검토안과 큰 차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나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복무기간 27개월 초과 불가, 복무 영역 다양화’ 방안을 강조했다. 이는 국방부에서 유력하게 검토 중인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만 복무’ 방안과 큰 차이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복무의 난이도, 복무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육군 기준 27개월)를 넘지 않도록 대체복무 기간을 설정하고,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하며, 대체복무 심사기관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제3의 기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여부를) 심사하도록 설계할 것”을 정 장관에게 요청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국제인권기구가 다른 국가의 대체복무제에 대해 지적·권고한 사항을 적극 참고해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체복무자들이 36개월(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인 18개월의 배)간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며 취사와 물품보급 업무 등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36개월, 27개월 두 개의 대체복무 기간을 검토하다가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 등 34∼36개월인 다른 대체복무 기간과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36개월로 기울었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36개월이 징벌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복무 분야는 당초 교정시설에서만 하는 방안과 교정·소방시설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개의 안이 국방부에서 검토됐다. 교정시설 외 대체복무자를 수용할 만한 합숙시설을 갖춘 기관이 드물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교정시설에서만 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체복무 심사기관(심사위원회)도 국방부 소속으로 두되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심사위원은 국방부, 법무부, 인권위에서 나누어 추천하고 심사위원장은 호선하도록 해 심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에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안에 대한 시민단체와 병역거부자들의 반발도 거센 만큼 최종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정 장관과 최 위원장은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조화되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정 장관과 최 위원장은 30분간 여러 의견을 교환했다”며 “정 장관은 최 위원장의 요청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대체복무제도는 입법 과정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병역법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마련되고 있는 대체복무제 정부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여러 병역법 개정안과 함께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가운데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작성 (0/1000) 비밀글 (체크하시면 운영자와 글 작성자만 볼 수 있습니다)